호주 안작데이 의미와 시드니 현장 경험

지난 4월, 시드니 거리를 걷다가 곳곳에서 만난 붉은 양귀비꽃과 ‘Lest We Forget’라는 문구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호주에서 가장 중요한 공휴일 중 하나인 안작데이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이 날이 단순한 휴일을 넘어 국가적 정체성과 깊은 추모가 담긴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작데이는 매년 4월 25일로, 제1차 세계대전 갈리폴리 전투에서 싸운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ANZAC)을 비롯해 모든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죠. 시드니에서는 새벽 추모식, 거대한 퍼레이드, 특별한 음식과 상징물을 통해 이 날을 기념합니다.

안작데이의 역사와 의미

ANZAC은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입니다. 1915년 4월 25일, 호주와 뉴질랜드 군인들은 오스만 제국이 지키던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작전을 펼쳤지만, 치열한 전투 끝에 큰 희생을 치렀습니다. 이 전투는 군사적 실패였지만, 두 나라 군인들이 보여준 용기와 동료애는 국가 형성에 있어 정신적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전쟁의 비극을 되새기면서도 호주와 뉴질랜드의 단결과 정신을 기리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가 6.25 전쟁 당시 호주와 뉴질랜드 군인들의 도움을 받은 역사를 생각해보면, 한국인에게도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날인 것 같습니다.

시드니 안작데이 주요 행사 참관기

새벽 추모식 (Dawn Service)

안작데이의 가장 엄숙한 순간은 새벽 4시 30분경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에서 열리는 새벽 추모식입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시민과 군인, 유가족들이 모여 묵념합니다. 정적 속에 희생된 군인의 이름이 낭독되고, 나팔 소리 ‘라스트 포스트’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감동을 전했습니다. 현지인들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장소에 서 있으니 코끝이 살짝 시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안작데이 퍼레이드 (ANZAC Day Parade)

오전 9시가 되면 분위기가 바뀝니다. 마틴 플레이스에서 시작해 조지 스트리트를 따라 하이드 파크까지 이어지는 퍼레이드가 시끌벅적하게 펼쳐집니다. 참전 용사와 현역 군인, 경찰, 소방관, 각종 단체가 행진하고, 길가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그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인파가 불어나 정말 많은 사람이 이 행사에 함께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퍼레이드에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 분들의 부대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하이드 파크 안작 메모리얼

퍼레이드의 종착점이자 또 다른 추모의 중심지는 하이드 파크 안쪽에 자리한 안작 메모리얼입니다. 1934년에 지어진 이 기념관은 내부에 약 12만 개의 별이 박힌 천장이 압권입니다. 각 별은 한 명의 군인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지하에는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어 안작데이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념관 앞의 반사 수면은 기념관을 비추며 생명의 소중함과 희생을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안작데이의 상징과 특별한 경험

상징물과 음식

상징의미경험
붉은 양귀비꽃전쟁터에서 피어난 꽃으로 희생과 기억을 상징.슈퍼마켓이나 길거리에서 배지를 구매해 옷에 달고 다닐 수 있어요.
안작 비스킷오트밀, 코코넛, 시럽으로 만든 오래 보관 가능한 군용 비스킷.바삭하지 않고 쫀득한 식감에 구수하고 달콤해 티타임에 좋았어요.
로즈메리갈리폴리에서 자생한 허브, 기억을 상징.옷깃에 꽂는 사람들을 퍼레이드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안작 비스킷은 전시에 가족들이 먼 곳에 있는 군인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시드니에 있는 동안 호텔 라운지에서도 이 비스킷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문화가 일상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느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비스킷이 본래는 ‘안작 쿠키’가 아니라 ‘안작 비스킷’으로 불린다는 거예요. 전쟁 당시의 딱딱한 군용 빵과 구분하기 위해 ‘비스킷’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안작데이에 방문하기 전 꼭 알아야 할 것

안작데이는 국가적 추모일이기 때문에 일반 상점들의 영업 시간에 큰 영향을 줍니다. 대부분의 슈퍼마켓과 쇼핑센터는 정오 이후나 오후 1시가 되어야 문을 엽니다. 퍼레이드 구간은 교통 통제가 되므로 대중교통이 우회하거나 중단될 수 있어요. 다음 일정을 잡을 때는 미리 교통정보와 상점 영업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저도 퍼레이드 후 미술관에 가려다가 길이 막혀 조금 돌아가야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안작데이와 연결된 문화 체험

안작데이 행사 외에도 시드니에서는 이 날을 계기로 호주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게 들여다볼 기회가 있습니다. 저는 퍼레이드 후 하이드 파크 근처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무료 한국어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어 원주민 문화와 호주 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고 보니, 안작데이가 호주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전쟁과 이민, 원주민의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오늘날의 호주를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시드니 하이드 파크 안작 메모리얼 앞에서 손에 들고 있는 안작 비스킷과 붉은 양귀비꽃 배지

안작데이는 단순한 역사 공부를 넘어, 호주의 현재를 이해하는 통로가 되는 날입니다. 추모의식 속에서도 국가가 하나로 모이는 모습, 가족들이 함께 퍼레이드를 보는 모습에서 호주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월에 호주를 방문하신다면, 이 특별한 날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새벽의 엄숙함에서 낮의 열정으로 이어지는 하루는 여행의 깊이를 더해줄 거예요. 여러분은 호주의 어떤 문화적 순간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으셨나요? 댓글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