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월이 오면 자연스럽게 ‘지구의 날’을 떠올리게 되네요. 4월 22일 지구의 날과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와 환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하루만을 위한 기념이 아닌, 매일매일 실천할 수 있는 ‘에브리데이 어스데이’의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커뮤니티와 개인이 펼쳐온 지구를 위한 움직임들을 살펴보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지구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목차
음식물 쓰레기에서 시작하는 건강한 순환, 퇴비클럽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물의 3분의 1이 버려진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적입니다. 농부의 땀과 자연의 선물인 먹거리를 소중히 여기고, 버려지는 순간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 이것이 바로 ‘퇴비클럽’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마르쉐와 유기농펑크가 함께 운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민과 농가가 직접 만나 음식물 쓰레기의 변신을 함께 목격하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퇴비클럽 참가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시장에 모여 각자의 퇴비통 속을 살피며 안부를 묻고 생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먹는 한 끼의 건강’, ‘건강한 땅에서 자란 먹거리에 대한 갈망’, 그리고 ‘농부가 안전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렇게 직접 보고, 만지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천으로 연결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활동은 시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서울 도봉구 음식물처리장을 방문해 도시에서 발생한 거대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동화된 설비 덕에 작업 환경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숨겨진 노동의 현장이었죠. 또한 예산에 위치한 매헌생명창고의 퇴비간을 방문하는 ‘콤포스트 트립’을 통해 퇴비가 농부의 밭에서 어떻게 생명의 원료로 다시 태어나는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 공동체가 ‘같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순환의 모습은 도시 생활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단 4개월 동안 퇴비클럽을 통해 모인 음식물 쓰레기는 519L에 달했습니다. 이제 퇴비클럽 3기는 마무리되었지만, 그들이 함께 모은 음식물 쓰레기는 농부의 밭에서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퇴비클럽 4기는 내년 봄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혼자서는 실천하기 두려웠던 분들에게는 기대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민이 직접 만드는 지렁이 친구와의 동거
지렁이는 땅속의 작은 일꾼이자 ‘토룡이’라 불릴 만큼 땅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지렁이 전시와 분양 프로그램이 다시 마련되었는데요, ‘지렁이의 홈그라운드’ 전시는 지점토와 종이 도장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지렁이의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했습니다.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초록손가락의 안성선 농부와 함께 지렁이를 분양받고, 한 줌의 흙 속에 함께 사는 다양한 생명체를 관찰하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분양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6월에는 ‘잘 지내고 있나요? 지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렁이를 분양받은 시민들이 다시 모여 함께 살아가면서 생긴 즐거움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죠. ‘저와 함께사는 지렁이는 행복할까요?’라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농부님은 ‘참여자분이 행복하다면 지렁이도 행복할 거예요’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생명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어요. 지렁이의 행복까지 고민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고, 그런 마음이 모여야 진정한 지구 사랑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상의 소품과 재료가 다시 태어나는 순환의 장
그린페인팅과 다시살림부스의 재탄생 이야기
지구를 위한 메시지는 강렬한 슬로건보다 일상에 스민 아름다움으로 더 오래 기억될 때가 있습니다.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이 직접 써주신 ‘everyday earthday’ 글자를 중심으로 한 그린페인팅 이벤트가 5월 농부시장에서 열렸습니다. 시민들은 집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은 옷이나 캔버스백을 가져와 교수님의 손길을 통해 독특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지켜보았죠. 단순하지만 명료한 글자의 힘으로 일상에 ‘지구’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새겨 넣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쉽게 버려지는 일상의 물품들에게 새로운 쓰임을 찾아주는 다시살림부스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종이봉투, 신문지, 유리병, 아이스팩 등 5가지 품목을 수거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순환시켰는데요,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은 실천들이 어떻게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는 것이었어요. 종이봉투는 장바구니를 잊어버린 이들에게 든든한 대안이 되었고, 신문지는 채소를 포장하는 재료이자 작은 봉투가 되어 소중히 사용되었습니다.
| 수거 품목 | 총 수거량 | 재사용 예시 |
|---|---|---|
| 종이가방 | 3,253개 | 장바구니 대체, 포장용 |
| 신문지 | 45kg | 채소 포장, 소품 봉투 제작 |
| 유리병/아이스팩 | 각각 129개, 155개 | 요리팀 음식 용기 및 보관 |
이 캠페인은 기간 한정이었지만, 시장에 장바구니와 다회용 용기를 가져오는 시민의 습관과, 그 용기를 수거하고 정성껏 재사용하는 출점팀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은 파동이 모여 결국에는 쓰레기 없는 시장을 만드는 큰 흐름이 될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농부의 밭을 살리는 시민의 손길
가정에서는 쓰임이 다한 것들이 농부의 밭에서는 황금같은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퇴비재료를 모아주세요’ 캠페인은 시민들이 모아준 달걀 껍질, 커피박, 묵은 곡식 등을 농부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달걀 껍질과 커피박은 훌륭한 퇴비 재료가 되고, 묵은 곡식은 닭을 기르는 농가의 좋은 사료가 되었죠. 이렇게 시민의 손을 거친 재료들은 농부의 땅을 건강하게 만들고, 결국 더 맛있고 건강한 작물로 성장해 다시 시장에서 우리를 만납니다. 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은 소비를 넘어 생산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특별한 의미를 줍니다. 이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니, 장보러 시장에 갈 때 한켠에 잘 말린 달걀껍질이나 커피박을 챙겨가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구의 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참여의 길
지구의 날의 정신은 공식 기관이나 단체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산의료사협은 창립 기념일과 지구의 날 캠페인을 결합해 ‘지구건강 걷기대회’를 진행했고, 이 행사는 국제적 지구의 날 공식 홈페이지(earthday.org)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버려지는 종이 상자를 재활용해 피켓을 만드는 등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환경 메시지를 전파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교육 브랜드 크레버스는 지구의 날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림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구하는 날’이라는 주제 아래 아이들의 창의력으로 환경 사랑을 표현하는 이 행사는 미래 세대에게 환경 보호 의식을 심어주는 좋은 방법이에요. 이처럼 지구의 날은 하나의 통일된 행동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일상이 지구를 위한 실천이 되는 법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활동들은 결국 ‘에브리데이 어스데이’, 즉 ‘매일이 지구의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특별한 날 하루만 신경 쓰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적 선택과 습관 자체가 지구를 위한 투표가 될 수 있습니다. 퇴비 만들기에 도전해보기, 다회용 용기 사용하기, 필요 없는 물건은 재사용할 길을 찾기, 혹은 농부시장에서 지역 생산품을 선택하기까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입니다. 이걸 버려야 할까, 아니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까? 이 물건은 어디에서,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이런 질문들이 일상에 스민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지구를 위한 여정은 멀고 힘든 길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마시는 커피의 커피박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그 작은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일상에는 어떤 지구 사랑 실천이 숨어있나요? 혹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은 실천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우리의 작은 이야기와 선택이 모여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