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생일을 핑계로 언니들과 연희동에 있는 수빈 한정식에 다녀왔어요. 요즘 식단 관리하는 멤버가 있어서 한정식 위주로 모이는데, 이번에는 늦은 생일 식사라서 언니들이 동네로 와줬죠. 평소 연희동은 카페 거리 이미지가 강해서 한정식집은 잘 몰랐는데, 수빈은 발렛 주차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끌렸어요. 연희동이 주차난이 심한 동네라서 차 가지고 가면 항상 스트레스였거든요. 여기는 직원분이 알아서 앞쪽 주차장에 주차해주셔서 너무 편했어요. 발렛비는 2천 원이었고요.
예약 꼭 하고 가세요
수빈은 원래 화요일이 휴무예요. 저희는 원래 화요일 점심 약속이었는데 휴무인 걸 알고 날짜를 변경했어요. 오픈 시간은 11시 30분인데, 몇 주 전에 예약하고 오픈에 맞춰 갔는데도 예약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도착했을 때 이미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고, 예약자 먼저 입장하더라고요. 저희는 예약 없이 일찍 갔는데 운 좋게 룸 안쪽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어요. 반면 뒤에 오신 분들은 1시간씩 대기해야 했어요. 주말은 물론 평일 점심에도 인기가 엄청나니 꼭 미리 예약하시길 추천드려요.
식당은 3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었어요. 1, 2층 모두 매장이고, 룸은 6명 이상 이용 가능하다고 해서 4명인 저희는 홀 테이블을 사용했는데 다행히 창가 쪽 자리를 배정받았어요. 2층에서 바라보는 연희동 뷰가 꽤 운치 있었고, 내부는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했어요. 대기석에는 장독대와 화단이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메뉴와 구성
수빈 정식 메뉴는 총 4가지였어요. 떡갈비, 매운 떡갈비, 간장게장, 보리굴비. 저희는 4인 세트 중 1번 세트를 주문했는데, 이게 네 가지 메뉴가 모두 나오는 구성이었어요. 세트 주문 시 약간 할인도 있었고, 가격은 4인 정식 1번이 112,000원이었어요. 1인당 28,000원꼴인데, 반찬이 열 가지 이상 나오고 메인 메뉴까지 푸짐하니 가성비가 꽤 좋다고 느꼈어요. 제 생각에는 다른 한정식 코스집이 보통 1인 5만 원 이상인 걸 감안하면 착한 편이에요.
식사는 흑임자죽과 샐러드로 시작했어요. 흑임자죽은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고소하니 나쁘지 않았고, 샐러드는 유자청 소스로 달콤상큼했어요. 양배추 김치가 특히 맛있어서 리필까지 했네요. 그 뒤로 본격적으로 상이 차려졌는데, 정말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이었어요. 밥은 황미쌀을 즉석 도정해서 지어내는데,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고소해서 밥 자체만으로도 맛있었어요. 미역국도 함께 나오는데 생일 식사라면 미역국이 기본으로 나온다고 해요. (엄마 생신 때 오면 좋겠다 싶었어요.)
주요 메뉴 솔직 리뷰
떡갈비는 고기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부드럽고, 기름기 없이 깔끔하게 구워져 나왔어요. 은은하게 달큰한 맛이 밥과 찰떡궁합이었어요. 매운 떡갈비는 위에 청양고추가 올라간 스타일인데, 생각보다 맵지 않고 오히려 고추의 향이 더해져서 제 입에는 이게 더 맛있었어요. 재미있는 점은 다른 테이블들 주문을 봐도 떡갈비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거예요. 보리굴비는 직원분이 직접 나와서 살을 발라주셨어요. 숙련된 솜씨로 슥슥 발라주시는데, 비린내 하나 없고 촉촉하니 담백해요. 밥에 올려 먹으면 정말 고소했어요. 간장게장은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오는데, 알이 꽉 찬 느낌이에요. 저는 생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지 못했지만, 함께 간 엄마가 짜지 않고 맛있다며 거의 다 먹었어요.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맛있어 보였어요.
반찬도 하나같이 훌륭했어요. 명란젓 조림은 짜지 않아서 밥반찬으로 최고였고, 연근 샐러드는 유자청 소스에 버무려져 달짝지근해서 제가 거의 다 먹었어요. 우엉 강정은 바삭하면서 양념이 잘 배어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강된장도 나와서 호박잎에 싸 먹었는데, 평소 호박잎을 안 좋아하는데도 이 강된장 때문에 한 번 싸 봤어요. 된장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서 정말 맛있었어요.
서비스와 분위기
직원분들이 코스 타이밍을 잘 맞춰주셔서 식사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어요. 반찬 리필도 요청하면 바로바로 해주셨고, 보리굴비 손질할 때는 저희가 사진 찍는 걸 기다려주시기도 했어요. 세심함이 느껴졌어요. 다만 주차가 발렛인데, 나갈 때 차를 직접 찾아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했어요. 주차 공간이 여러 곳이라 직원분이 차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저희가 주차장으로 가서 찾아야 했거든요. 그래도 발렷비 2천 원에 주차 스트레스가 확 줄어서 전반적으로 만족했어요.
식사 후에는 후식으로 맛탕과 수정과가 나왔어요. 맛탕은 바삭하고 달콤해서 입가심에 딱이었고, 수정과는 적당한 당도로 깔끔했어요. 모든 음식이 인공 조미료 느낌 없이 깔끔 담백해서 속이 편했어요.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 재료도 신선하고, 요리에 연구를 많이 하신 게 느껴졌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연희동에서 가족 모임이나 생일 식사 장소를 찾는다면 수빈 한정식을 강력 추천한다는 거예요. 연희동에는 카페나 트렌디한 식당은 많지만, 할머니부터 어린 아이까지 다 같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정식집은 의외로 많지 않거든요. 수빈은 전통 있는 맛집이라 여러 번 방문한 단골도 많아 보였어요. 저도 다음에는 엄마 생신 때 다시 오기로 약속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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